소년

끄적 2016. 2. 29. 18:27
혼자 버려진 어린아이

소년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깨닫지 못했다.
그의 부모는 그가 두렵다며 그를 아이들이 자신들의 부모와 함께 손을 잡으며 웃고 떠드는 그런 공간에 홀로 버려놓고 갔다.
내가 무서워? 어째서? 난 뭘 잘못했지?
소년은 자신이 버림받은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모르겠어. 나는 무서운 사람인걸까?
소년은 생각하는걸 포기했다. 소년이 그 말을 이해하기에는 어렸기 때문일까? 아니 그건 아니다.
단지 소년이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싫증이 났을뿐이다.
싫증이 나고 그 다음에는 원망이 생겼다.
내가 무섭다니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거야. 짜증나는 사람들
하지만 그럼에도 소년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
소년의 부모는 이런 소년이 무섭다며 소년을 버리고 갔다.
물론 소년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아니 깨달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풍선 하나를 들고 서서 계속 생각하기만 할뿐
그런 소년을 보고 누군가 드디어 이상함을 알아차린걸까.
한 사람이 소년에게 다가와 물었다.
꼬마야 길을 잃었니?
소년은 생각했다. 이 사람은 뭔데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꼬마야?
아아 귀찮다.
소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길을 잃은것은 아니었으니까
길을 잃은게 아냐? 그럼 부모님은? 아까부터 계속 여기 서 있는것 같던데
...
꼬마야?
괜찮아요.
소년은 그 말만을 내뱉고는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버린 그 자리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하지만 어느 한곳으로 가려는 생각을 하고 나아간것은 아니었다.
그저 귀찮은 사람을 멀리 떼어놓기 위해 하염없이 발길 닿는곳으로 그저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는 소년.
그런 소년을 멈추게 한것은 자신을 버리고 가는 부모의 뒷모습이었다.
꽤 오랜 시간 방금 그곳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그의 부모는 아직도 이 놀이동산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않을걸까?
하지만 소년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머뭇거리는 부모에게 짜증이 솟는다는 사실 그 사실만이 소년에게 가장 중요했다.
소년은 부모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나를 버렸어?
어...어떻게...?
부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왜 버렸냐고 묻는 소년의 표정이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어서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표정이어서 두려워했다.
소년은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는게 재미있었기에 계속 계속 물었다.
왜? 왜 그랬어?
좋았어?
좋았으면 빨리 가지 왜 안 갔어?
나 같은걸 버리려고 이곳까지 온게 아까워서 놀고 가기라도 하려고?
소년의 표정은 아까와 다름없었지만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꽤나 가시가 돋친 말들이었다.
소년의 부모는 이런 소년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이 아이가 말뿐이지만 이렇게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이미 늦었다. 소년은 자신들을 미워하고 자신들은 이미 소년을 한번 버렸다.
그렇기에 그저 가만히 서서 소년이 하는 말을 들을뿐이었고, 소년은 그런 부모의 모습에 질려버려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렇게 소년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그의 의지로.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덥잖은 도시전설  (0) 2016.02.29
운 보존 법칙  (1) 2016.02.29
3/5 그날 그 때 당신을  (0) 2015.03.05
2/27 빙글빙글,선  (0) 2015.02.27
2/26 스터디  (0) 2015.02.26
블로그 이미지

뒹굴 혀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