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소녀

끄적 2014. 7. 21. 22:11

한 소녀와 별이 있었어요.

소녀는 언제나 별과 함께 있었어요.

별은 소녀가 오기 전까지는 늘 혼자였어요.

그런 자신의 곁에 소녀가 왔기에 별은 소녀가 참 좋고 소녀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소녀도 자신의 이야기를 언제나 묵묵히 들어주는 별이 좋았어요.

친구들과 서로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계속해서 자신만 이야기하는 건 또 다른 재미였죠.

그러나 별과 소녀는 서로를 좋아했지만 서로 다가가지는 못하는 존재였어요.

별은 저 먼 하늘에 있고 소녀는 땅에 있었으니까요.

그저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가에 만족해야했죠.

그것도 대부분이 소녀가 이야기하는 것뿐이었지만요.

별은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었기에 말을 잘 하지 않았어요.

사실 하는 법을 잘 몰랐죠.

그런 별이 좋았기에 소녀는 그저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별은 자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저 듣기만 할 수 있다니 자신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보고 들은 게 많은데 이야기를 해줄 수 없으니 슬펐죠.

소녀는 별이 슬퍼하는 것을 느낀 건지 갑자기 재잘재잘 쏟아내던 말을 멈추고 물었어요.

"별아 왜 그래슬퍼?"

별은 대답하고 싶었으나 대답할 수 없었죠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는걸요.

별이 대답을 하지 않자 소녀는 다시 별에게 물었어요.

"말하기 싫어?"

아직도 소녀는 별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거죠.

별은 그런 소녀의 모습에 잠시 실망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하는 소녀가 좋았기에 고개를 저으며 웃어보였어요.

소녀는 별이 웃자 자신도 같이 활짝 웃었죠.

소녀는 웃으면서 생각했어요.

'별이 말하는 걸 본적이 없네설마 말을 못하는 걸까?'

하지만 이제 자러갈 시간이었기에 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소녀는 별에게 내일 보자며 인사를 하고 자러갔어요.

"잘자 별아"

별은 사실 잠을 자지 않지만 소녀는 그것을 몰랐기에 언제나 별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해주었어요.

소녀는 별이 낮에 보이지 않기에 자는 건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소녀가 자러가고 별은 다시 잠깐 동안이지만 혼자가 되었어요.

잠깐 동안이기에 별은 상관없었어요이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언제나 소녀가 자신에게 온다는 걸 알고 있기에 소녀를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즐거웠죠.

자신이 말을 못한다는 사실만 빼면요.

다시 밤이 오고 소녀는 별에게 와 물었어요.

"별아 별아 너는 혹시 말을 못하는 거니?"

별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소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별을 보고 말했어요.

"불편하진 않아내가 매일 내 얘기만 하고 네 생각을 못해줬어 미안해"

별은 자신을 위해주는 소녀의 모습을 보자 더 소녀가 좋아졌어요.

하지만 이러한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가슴이 아팠죠소녀도 별이 더 좋아졌어요.

말을 못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소녀와 별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나갔어요.

그러나 둘은 서로 다가갈 수 없는 관계서로를 바라보는 것만 가능한 관계였어요.

소녀는 그런 관계가 싫었어요.

그래서 별에게 말했죠.

"별아 난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우린 함께할 수 없어 어떻게 해야 내가 너와 함께할 수 있게 되는 거니?"

별은 방법을 한 가지 알고 있지만 이 방법은 소녀가 이 세상 사람으로 남을 수 없는 방법이기에 모른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어요.

소녀는 슬펐어요.

별과 함께 하고 싶은데 별도 방법을 모른다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소녀는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별과 함께 하는 법을 묻고 다녔어요.

사람들은 그런 소녀를 보고 미쳤다고 했죠.

그러나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어요.

대부분 소녀를 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유일하게 한 사람이 방법을 안다고 말해주었죠.

그 방법은 소녀가 죽어야 했어요소녀는 그 사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별에게 갔어요.

"별아 내가 너와 함께하는 방법을 알아왔어!"

별은 놀라지 않았어요소녀가 마을사람들에게 묻고 다니고 어떤 사람에게 방법을 듣는 것을 보았거든요.

하지만 별은 소녀가 그 방법을 쓰길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외쳤어요.

'안 돼 제발 그러지 마 난 네가 오래 살아있는 게 좋아'

속으로 말하는 걸 소녀가 들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별은 계속해서 말했어요.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말이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소녀가 별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었죠.

서로가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일어난 일이었을까요.

별은 여전히 말을 못하지만 소녀에게는 별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소녀는 기뻐서 별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도 잊은 채 소리쳤습니다.

"별아 네 목소리가 들려!"

별은 놀랐어요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별은 소녀에게만 들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서서히 말 하는 법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소녀에게 말했어요.

"나는 네가 나와 함께 이야기 하는 게 좋아 내 곁에 지금 당장 오지 않아도 괜찮아.

나중에 네가 나이 들어 죽으면 그때 내게 와도 괜찮아 그러니까 지금 나와 함께 하려는 생각을 버려주면 좋겠어부탁해."

소녀는 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기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어요.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소녀는 매일매일 별과 이야기를 나눴어요별은 정말 기뻤어요.

이제 자신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낮에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소녀에게 이야기 해주고 소녀도 자신의 이야기를 별에게 해주었어요.

둘은 그렇게 사이좋게 지냈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소녀가 죽을 나이가 됐어요.

소녀-아니 이젠 할머니일까요-가 별에게 말했어요.

"드디어 너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겠다."

"그러게 참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지 우리"

"응 기다려 이제 곧 갈게 별아"

말을 마치고 소녀가 눈을 감자 소녀의 몸은 서서히 별이 되어갔고 소녀가 서 있던 곳에는 작은 별가루들이 흩날렸어요.

그렇게 소녀는 별이 되어 별과 함께 영원히 있게 되었답니다.

[출처] 별이 된 소녀|작성자 혀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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