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너 말이야 나와 함께 있지 않을래? 내가 너와 안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혼자는 싫어. 나와 함께 지내자.’
이런 소리가 빛과 함께 들려오지만 전 거기에 응이라고 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빛이 오는 곳은 너무 먼 곳이라 갈수 없거든요.
언제부터일까요 저곳에서는 소녀의 목소리가 담긴 빛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그저 빛만 왔는데 나와 함께 지내자 같은 말은 하지 않았는데.
분명 저 소녀는 외로운 것이겠죠. 하지만 전 그 소녀에게 갈수 없습니다.
소녀도 저에게 올수 없습니다. 그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가 괴롭지만 우리는 죽을 수도 없습니다. 빛을 전달하기 위해 태어났고 혼자여야만 하는 사람들 그래서 외로움이라는 걸 전혀 몰라야 하는 우리들인데 소녀와 저는 그 외로움을 알아버렸습니다.
사실 전 외로움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죠. 그러던 어느 날 저 멀리에서 오는 빛은 나처럼 다른 누가 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 난 혼자가 아니구나.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자 저는 외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소녀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제가 외로움을 느낄 때쯤 소녀가 보내는 빛에서 목소리가 담겨서 왔거든요.
하지만 이 목소리는 저만 들을 수 있나봐요. 아무도 소녀의 목소리에 답을 해주지 않았죠. 전 답해주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왜일까요. 왜 소녀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난 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외로움을 달랠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소녀의 빛과 함께 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어요. 소녀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지친 거겠죠.
나는 너무나 슬펐어요. 슬프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빛을 보내는 일도 계속해야 했죠.
그래서 더 슬펐어요. 나는 왜 여기 혼자 있고 이렇게 빛을 보내야 하지? 왜 저기 사람이 있는걸 알면서 가지 못하는 거지? 소녀가 외롭다고 하고 있는데 난 그걸 들을 수 있는데 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거지?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다녔고 전 그런 생각들을 할 때마다 더 외로워졌어요. 혼자가 싫었고 누군가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죠.
이러한 사실들이 너무도 괴로워서 죽고 싶었어요. 하지만 죽을 수 없었죠. 그렇게 태어났으니까요
그렇게 매일매일을 보내야 하니까요. 차라리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 자신을 원망한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다시 소녀의 목소리가 빛과 함께 제게 왔어요.
'정말 아무도 없는 거야? 여긴 나 혼자뿐인 거야?'
대답하고 싶었지만 전 대답할 수 없었어요. 그저 빛만 소녀에게 보낼 뿐이었죠. 그렇게 소녀의 목소리는 사라졌고 이제는 빛만이 저에게 왔어요. 차라리 소녀에게는 잘 된 것일지도 몰라.
원래부터 혼자였다고 생각하면 외로움이 사라질 테니까 응 분명 그럴 거야 소녀에게는 그게 더 나은 거고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소녀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도 제 자신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전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소녀는 알고는 있지만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지만 전 저 자신을 속일 수 없으니까요.
소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없던 것처럼 취급할 수 있지만 전 할 수 없었으니까요.
사실 소녀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없던 것처럼 취급할 수 있다는 건 저 자신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제가 소녀보다 더 괴롭다는 사실은 확실했어요.
그렇게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저는 날이 갈수록 수척해져 갔고 늙어갔어요. 원래 같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렇게 계속해서 늙어가고 이제 빛을 보내는 일이 힘들어질 즈음이었어요. 소녀가 보내던 빛이 사라졌어요.
소녀도 나처럼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늙어가는 걸까요? 왜 빛이 오지 않는 건지 고민해봤지만 전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고 결국 생각하는 걸 포기해버렸어요. 하지만 소녀에게 보내던 빛을 보내는 걸 그만두지는 않았어요.
원래 제 일이기도 했고 어쩐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았기에 몸이 힘들지만 매일매일 빛을 보냈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이제 정말 빛을 보내러 가는 게 힘들어 아예 빛을 보내는 곳에서 자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제 별에 왔어요.
그리고 그 누군가는 소녀였죠.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소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 소녀가 나에게 목소리를 보내던 소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소녀는 나에게 다가왔죠. 나는 숨고 싶었어요. 나 혼자 늙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늙은 몸을 움직이는 건 힘들었고 숨기도 전에 소녀가 나에게 왔어요.
소녀는 늙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잠시 놀란듯했지만 나에게 다가와서 내 손을 잡고는 말했어요.
“역시 난 혼자가 아니었어.”
그래요 소녀는 포기하지 않고 저에게 온 거였어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전 소녀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포기하고 계속 외로워하며 혼자 살아갔죠. 그래서 전 늙어갔지만 소녀는 조금도 늙지 않았어요.
소녀는 내 손을 계속 잡으며 물었어요.
“내가 보낸 목소리 듣지 못한 거야? 왜 있으면서 답하지 않았어?”
난 대답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말하기 싫어? 넌 혼자가 좋아?”
저는 바로 고개를 저었어요.
“말 못해?”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소녀는 그제야 제 손을 놓고는 말했어요.
“이제 나와 함께 살자!”
나는 늙고 병들었는데도 소녀는 나와 함께 살자고 말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것 같았어요.
저도 그 사실이 정말 기뻤어요. 이제 혼자 지내지 않아도 되는구나. 이제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고요. 그러다 내가 이렇게 늙었는데 만약 죽어버리면 소녀는 다시 외로워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원래 같으면 죽을 일은 없지만 전 이렇게 늙어버렸으니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 그건 소녀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제가 다시 소년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렇게 저와 소녀는 함께 빛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고-비록 소녀 혼자 말 하고 전 거기에 끄덕이거나 고개를 젓는 정도의 움직임으로밖에 의사표현을 못하지만- 아직까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답니다.